(제1부) 전쟁의 시작−1 조선반도가 어수선하다. 샛바람을 타고 동녘의 바다 건너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침공이 임박한 것인가? 전쟁은 항상 침략자의 일방적 선언과 힘으로 시작되지만, 그러나 적군과 아군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은 뒤에야 끝난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전쟁의 원리다. 전쟁을 앞둔 조선의 정황은 어떠한가? 조선 14대 임금 선조(宣祖)가 갑작스레 임금에 오르더니 선대 명종(明宗) 때, 윤원형(尹元衡)과 정난정(鄭蘭貞) 일파가 저질러 놓은 추악한 병패들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가장 기막힐 노릇은 군역제도가 썩을 대로 썩어 군대가 거의 붕괴되었다는 사실이다. 병사가 없어 한 나라의 국경선이 무풍지대로 방치되고 있었으니 전쟁을 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