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버린 임금−4 임금 일행이 첫 기착지인 동파역(東坡驛)에 도착한 것은 한밤중이 한참 지나서였다. 임금과 비빈은 물론 호종 하는 신료들과 호위군사들은 빗속을 뚫고 강행을 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온종일 굶었으니 몰골이 후줄근하고 초췌하기 이를 데 없었다. 임금과 신료들이 역관으로 각각 들어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쉬고 있는 동안, 호위병사들도 비를 피해 동원 앞 행각으로 몰려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음식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다들 허기에 주린 배를 움켜지고 있던 터라 맛있는 밥 냄새가 풍기니 눈들이 휘둥그래질 수밖에 없었고, 코를 벌름거리며 음식을 찾다가 행각 옆 작은 방에 차려진 음식을 발견하고는 우르르 몰려들었다.“아니, 이게 웬 떡이여--! 어서 먹고 보세. 굶어 죽는 줄 알았어.”“어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