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추억 8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8

술은 무조건 몸에 좋지 않은 것인가? 음주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통념은 과연 옳은 것인가? 특히 의학계(醫學界)에서는 음주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한의학(韓醫學)에서 술을 약으로 쓰는 경우는 허다하다. 의학(醫學)에서 의(醫)라는 말 밑 부분에 있는 유(酉)가 술을 의미한다. 즉 술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뜻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술은 성질이 매우 뜨겁고, 모든 경락(經絡)을 원활이 운행 시켜 약 기운을 온몸에 퍼지게 하며,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고, 위장(胃腸)을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한 기분을 없애며,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했다. 따라서 외부의 차가운 기운을 이겨내게 하거나, 공기가..

일조의 추억 2022.02.18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7

우리나라에 처음 술이 생긴 것은 언제쯤일까? 추정하건 대, 고대의 술은 발효주(醱酵酒)가 원천을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술이 사용된 것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한민족이 고조선(古朝鮮)시대 이전부터 중국 등 주변국들보다 앞서 발효(醱酵)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이 처음 사용된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단군(檀君) 제사를 모실 때 햅쌀로 만든 신농주(神農酒)를 올렸다”는 기록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 삼국시대에도 제사나 농사일에 어김없이 술이 등장했고, 특히 고려시대에는 궁궐 내에 술 공급을 담당하는 "양온서(良醞署)"라는 관청이 있었고, 고려 성종 때는 수도인 송도(松都)에 나라에서 개설한 6개의 공..

일조의 추억 2022.02.04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6

여러 기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취흥의 풍류를 유별나게 사랑했던 듯싶다. 기쁠 땐 흥을 돋워주고, 슬플 땐 조용히 위로가 되어주었던 술. 그렇게 우리는 술과 많은 추억을 함께했던 민족이었고, 이런 조상 덕에 술을 즐겨온 나 자신도 술로 인한 부끄러움을 털어내며, 그런 한민족의 일원임을 자부하며 살아오고 있다. 한국 역사에서 술 이야기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구려를 세운 주몽(동명왕)신화로,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가 능신 연못가 수궁에서 유화라는 여자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다음 주몽(朱蒙)을 낳았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물론 설화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의 술 내력도 그 만큼 오래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청주와 막걸리를 주로 마셨다. 귀족은 청주를 마셨고, 일반 백성들은 막..

일조의 추억 2022.01.24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5

“화향백리(花香白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사설(辭說)이 전해지고 있다. “꽃(花) 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술(酒)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人)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꽃향기보다는 술향기나 사람 향기가 더욱 정겹고 그윽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바람 따라 향기를 풍기는 화향(花香)은 그저 꽃 향기일 뿐이지만, 주향(酒香)은 함께 한 주우(酒友)의 마음 속을 오고 가며 정취를 더하고, 인향(人香)은 넓고 깊은 사람의 품 속으로 한없이 파고들며 그 사람의 심향(心香)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다. 더욱이 술자리에서 주향과 인향이 합쳐져,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중국 남북조 시대에 송계아(宋季雅)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고 아..

일조의 추억 2022.01.10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4

처음 직장생활에서 맞닥뜨린 술자리는 그야말로 업무의 연장과 다름없었다. 상사의 자랑 섞인 경험담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강제로 술을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늦은 과음으로 다음날 아침 출근시간에 지각을 하거나 결근을 하는 경우는 전혀 용납되지 않았다. 업무처리를 잘못하는 것은 용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술 때문에 지각하는 일은 절대로 용서가 되지 않는 그런 시대였다. 많은 남성들이 회사 제일주의를 사명감으로 여기도록 강요받던 당시의 회사 분위기로 인해 가정은 항상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고, 야간의 주석(酒席) 풍조에 익숙해진 탓에 밤 늦게 귀가하고 새벽에 출근하다 보니, 아내는 물론 자식들을 맨 정신으로 대할 시간이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제대로 가정을 돌보지 못했던 일상이 ..

일조의 추억 2021.12.21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3

그때그때의 상황과 기분(氣分)에 따라 다르겠지만, 술을 마시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대개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눌려 있던 마음을 털어내며 해방감을 느끼고 싶거나, 아니면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 친교나 교제의 목적으로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실, 주담(酒談)처럼 인간관계를 쉽고 가깝게 형성해주는 신기(神奇)한 언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주당들이 술을 찾는 원천적 사유(思惟)는 아마도 외로움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술을 마시면서 동료애를 느끼고, 또한 술로 호기를 부리면서 스스로 외로움을 털어내려는 속내가 분명 그 사람의 가슴 속에 숨어 있음을 발견하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갖은 상념 속에서 특정되지 않은 미지의 상..

일조의 추억 2021.12.12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2

술은 "백약 중 으뜸"이라는 말과 함께, 적당히 즐겁게 마시면 어떤 약 보다도 좋다는 정신의학자의 진단도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술에 취해 즐거움에 젖어 있는 시간보다는 술에서 깬 뒤 느끼는 후회와 고통의 시간이 확연히 길다는 점은, 삶의 이치와도 일맥상통하여, 결국 왜 술을 마시느냐는 질문은 왜 살아가느냐고 묻는 것과 매한가지인 듯싶다. 결국 술에 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러나 술 꾼들은 깊은 시름에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주우(酒友)를 찾거나 자신을 반겨주는 단골 술집으로 향하게 마련이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서 가장 안심하고 심경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술의 세계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첫 ..

일조의 추억 2021.12.07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 - 1

술의 사전적 의미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말한다. 주세법엔 알코올 1도 이상의 음료이면 술이라고 정의한다. 고대의 제천행사(祭天行事)에서도 중요시했듯이 현세에도 사회적 의미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 술이라 할 수 있다. 술 없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맑고 정연한 세상일까, 아니면 삭막하고 건조한 세상일까? “짧디 짧은 세월 속에서 숨가쁘게 조여오는 초조함이 있거들랑 한잔 술로 잊어 버리세나! 어차피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니던가!” 라며 자괴(自愧)의 심정으로 마시는 술이 있는가 하면, “끝없이 닥쳐오는 수심(愁心)일랑 한잔 술로 떨쳐버리고 희망찬 내일을 다시 시작하세!” 라고 다짐하는 술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애주가인 나는 술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어, 고..

일조의 추억 2021.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