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추억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8

추동 2022. 2. 18. 11:51

 

술은 무조건 몸에 좋지 않은 것인가?

음주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통념은 과연 옳은 것인가?

특히 의학계(醫學界)에서는 음주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한의학(韓醫學)에서 술을 약으로 쓰는 경우는 허다하다.

의학(醫學)에서 의()라는 말 밑 부분에 있는 유()가 술을 의미한다. 즉 술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뜻이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술은 성질이 매우 뜨겁고, 모든 경락(經絡)을 원활이 운행 시켜 약 기운을 온몸에 퍼지게 하며,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앨 뿐만 아니라, 혈맥(血脈)을 통하게 하고, 위장(胃腸)을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하고, 우울한 기분을 없애며,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했다.

 

따라서 외부의 차가운 기운을 이겨내게 하거나, 공기가 탁한 곳에서 나쁘고 독한 기운을 막는 데 술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몸에 정()을 보충하거나 굳은 피를 몰아낼 때 쓰는 약은 거의 술과 같이 복용하도록 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술은 옛부터 귀한 약으로 사용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 소주(燒酒)는 약으로 썼기 때문에 약 잔인 작은 잔에 약처럼 따라 마셨고, 그 연유로 소주잔은 작은 잔으로 마시는 게 관행이 되었다. 소주는 처음 약용으로 마시거나 왕이나 사대부들이 마셨던 술이었는데 점차 서민에 보급되어 가정에서 많이 빚어 먹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서양 의학에서도 술의 의학적 효능을 부인하지 않는다. 영국의 폴 월리스 교수는 "알콜이 혈액 속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키며, 이 콜레스테롤은 축적되는 지방의 양을 줄여 동맥경화 위험을 낮춘다"고 연구논문에서 밝힌 바 있다. 또한 적당량의 음주가 혈전(血栓Blood clot) 생성을 억제하여 심장이나 뇌의 위험도를 낮춰준다고 강조했다. 음주는 또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물론 이것은 과하지 않은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것을 전재로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요산(尿酸)이 체내에 축적되어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통풍(痛風)이라는 질환이 있어, 맥주나 막걸리는 멀리하는 대신, 소주와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편이다. 처음 몽골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소주는, 이제는 우리 고유의 막걸리를 넘어서서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국민주(國民酒)로 대접을 받고 있어, 나도 항상 소주를 즐겨 마시는 소주 애용가인 셈이다. 또한 가끔씩 접하게 되는 위스키는 물처럼 부드러우면서 부담이 없는 스코틀랜드 산()의 커티샥(Cutty Sark)을 즐기는 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인근에 소재한 음악 바(music bar)’에서 비틀스(Beatles)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들으면서 즐기는 커티샥은 무료함과 조급증을 털어 내주면서 마음을 사뭇 느긋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어 마음을 달랠 때 즐겨 마신다. 소주와 커티샥은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동반자 같은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