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임에도 조금도 힘들어하지 않고 대덕산을 오르내리며 학업에 열중하는 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던 복돌은, 설화의 학구열을 대견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생각이 들어 마음이 뭉클해진다. 힘이 넘치는 장정들도 다니기 어려운 험한 산길을, 아이는 땀 투성이가 되어 오르내리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서당엘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설화야! 산길 오르내리는 게 많이 힘들 텐데––, 괜찮은 것이냐?” “아니, 괜찮아요. 중국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횐데 견뎌내야죠.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야 엄니처럼 저도 이담에 여류상인으로 우뚝 설 수 있지 않겠어요?” 복돌은 순간 딸 아이가 남몰래 앓고 있는 심통(心痛)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아차 하며 가슴을 친다. 복돌은 경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