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돌(福乭)은 닷새 전쯤 함흥을 떠나 대덕산 눈골마을에 들러 하룻밤을 지내고, 약제와 버섯 등 산물(山物)들을 달구지에 가득 싣고 원산을 거쳐 밤 늦게 함흥에 도착했다. 마침 함흥상단에서 연회가 열리고 있어 화물도 부리지 않은 채 연회장의 말석에 참석했고, 좌중을 압도하며 표표히 앉아 있는 옥례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며 좌중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 뒤에는 어두운 불안감이 숨겨져 있었다. 아니, 복돌에게만 보여지는 안쓰러운 모습일 것이다. 아마도 대방(大房)어른에게 잘 보여 어떻게든 출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그녀를 옥죄고 있는 불안감의 실체일 것이다. 그런 허망할지도 모를 욕망에 함몰되어 있는 옥례를 바라보면서 복돌 역시 견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