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prologue)-2 전쟁에는 생명의 존엄이나 인도적 구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침략자의 무차별적 살상과 살아남기 위한 굴종이 난무할 뿐이다. 그러나, 전쟁터에는 파멸을 자행하는 악령만 날뛰는 건 아니다. 그곳 들판에는 병사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히면서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가녀린 들꽃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전쟁을 압도하는 건 들꽃만 있는 게 아니다. 전쟁의 각박한 참화 속에서도 젊음의 기운들이 꿈틀대며, 보이지 않는 연심(戀心)의 끈은 줄기차게 이어지며 불꽃을 일으킨다. 마치 생존을 잊은 미망의 존재들처럼. 망령의 땅 전쟁터에는 이렇듯 온기를 잃지 않는 꽃 바람과 애틋한 사랑의 유희가 서로 어우러지며 전쟁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전쟁은 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