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2

역사소설「사랑의 요소(要素)」- 2

프롤로그(prologue)-2 전쟁에는 생명의 존엄이나 인도적 구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침략자의 무차별적 살상과 살아남기 위한 굴종이 난무할 뿐이다. 그러나, 전쟁터에는 파멸을 자행하는 악령만 날뛰는 건 아니다. 그곳 들판에는 병사의 발길에 무참히 짓밟히면서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트리며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는 가녀린 들꽃들이 수줍은 듯 얼굴을 내밀고 있다. 전쟁을 압도하는 건 들꽃만 있는 게 아니다. 전쟁의 각박한 참화 속에서도 젊음의 기운들이 꿈틀대며, 보이지 않는 연심(戀心)의 끈은 줄기차게 이어지며 불꽃을 일으킨다. 마치 생존을 잊은 미망의 존재들처럼. 망령의 땅 전쟁터에는 이렇듯 온기를 잃지 않는 꽃 바람과 애틋한 사랑의 유희가 서로 어우러지며 전쟁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전쟁은 모든..

역사소설 연재 2023.08.06

역사소설「사랑의 요소(要素)」- 1

※신작 『사랑의 요소(要素)』를 매주 1회씩 연재하려 한다. 노년을 거쳐 이제 산수(傘壽)의 벽에 걸쳐 있으니, 돌처럼 굳어져 버린 감성과 사고력, 딱딱해진 필력으로, 어찌 복잡미묘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사뭇 망설여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망종(亡終)의 허우적거림에서 벗어나려 한다. 많은 채찍과 힐난(詰難)을 기다린다. 프롤로그(prologue)-1 「탐욕은 전쟁을 불러오고 총칼은 파멸을 초래한다.」 1592년, 선조(宣祖) 임금의 재위 25년째인 임진년(壬辰年) 4월 13일 새벽. 20만의 일본 왜병들이 일시에 조선을 침공해왔다. 한반도와 중국을 정벌하여 섬나라 일본을 광대한 대륙국가로 개창하겠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탐욕이 마침내 총칼을 앞세운 살육 전쟁으로 치달은 것이다. 침략자는..

역사소설 연재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