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향백리(花香白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사설(辭說)이 전해지고 있다. “꽃(花) 향기는 백리를 가지만, 술(酒)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人)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뜻이다. 꽃향기보다는 술향기나 사람 향기가 더욱 정겹고 그윽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바람 따라 향기를 풍기는 화향(花香)은 그저 꽃 향기일 뿐이지만, 주향(酒香)은 함께 한 주우(酒友)의 마음 속을 오고 가며 정취를 더하고, 인향(人香)은 넓고 깊은 사람의 품 속으로 한없이 파고들며 그 사람의 심향(心香)을 서로 나눈다는 의미다. 더욱이 술자리에서 주향과 인향이 합쳐져,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중국 남북조 시대에 송계아(宋季雅)란 사람이 좋은 사람들과 맺은 인연을 소중하고 아름답게 지켜가자는 의미로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술이 품은 향기는 과연 어떤 것일까? 달콤한 향(甘香)일까, 아니면 쓰디쓴 향(苦香)일까? 분명한 건 술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달콤할 때도 있지만 쓰디쓸 때도 있게 마련이다. 주객(酒客)이 어떤 심사로 술을 마시느냐에 따라 술 향은 감고(甘苦)의 경계를 넘나든다. 마음이 여유로우면 달디달지만, 마음이 각박하면 쓰디쓴 게 주향(酒香)이 아니던가! 술 향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주객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는 하지 않는다. 술은 정직하여 화학적으로는 쓴 맛이지만, 마시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는 것은 인간관계를 더욱 넓히고 깊이를 더하는 데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취중진담(醉中眞談-술은 정직하다는 우화)"은 인간관계를 원할 하게 하는 술의 효용성을 설명한 말이기도 하다. 애주가인 공자는 논어에서 "술을 마시는데 있어 양(量)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신을 어지럽힐 정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했다. 지극히 짧은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자칫 지나칠 경우 인생 행로를 어그러트릴 수 있다는 주도(酒道)의 지침서(指針書) 같은 말이다. 따라서 주객들은 무작정 술을 찬양만 할 게 아니라 술의 속성을 알고 마시는 게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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