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때의 상황과 기분(氣分)에 따라 다르겠지만, 술을 마시게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 사연이 있을 것이다. 대개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눌려 있던 마음을 털어내며 해방감을 느끼고 싶거나, 아니면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 친교나 교제의 목적으로 술자리를 함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사실, 주담(酒談)처럼 인간관계를 쉽고 가깝게 형성해주는 신기(神奇)한 언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주당들이 술을 찾는 원천적 사유(思惟)는 아마도 외로움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술을 마시면서 동료애를 느끼고, 또한 술로 호기를 부리면서 스스로 외로움을 털어내려는 속내가 분명 그 사람의 가슴 속에 숨어 있음을 발견하곤 했기 때문이다. 결국 갖은 상념 속에서 특정되지 않은 미지의 상대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위로를 받고 싶은 심정으로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하루 중 본격적으로 술과 가까워지는 시간은, 대체적으로 일과가 끝난 저녁시간부터 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몰 이후 세상이 어두어진 밤시간일 것이다. 어찌 보면 어둠이 짙어 질수록 술자리는 더욱 고조(高潮)되지 않을까 여겨진다. 내가 직장생활을 하던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산업화 시대였던 탓에, 일몰 후에도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에 퇴근할 수 있었기에, 밤이 무르익은 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서 주석(酒席)이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자신이 종사하고 있는 직장의 분위기나 풍토가 자신의 술 관습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건 분명했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나는 군(軍) 생활을 통해 술에 익숙해질 수 있었지만, 그러나 그건 일시적 생활환경에 따른 한시적 술 행로(行路)에 불과했고, 실제로 술에 깊숙이 길들어지는 것은 아무래도 직장분위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드물게는 대낮부터 술에 절어 사는 중독성 술꾼도 없지는 않았지만, 술 맛이 제대로 나고 주향(酒香)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어둠이 가득한 시간이 술 마시기에는 제격이었을 것이다. 어둠이 술 맛을 높여 취흥(醉興)을 돋군다는 말이다.
'일조의 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6 (0) | 2022.01.24 |
---|---|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5 (0) | 2022.01.10 |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4 (0) | 2021.12.21 |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2 (0) | 2021.12.07 |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 - 1 (0) | 2021.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