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추억

일조의 추억, 취흥여행(醉興旅行) - 1

추동 2021. 11. 30. 16:41

술의 사전적 의미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 마시면 취하는 음료를 말한다. 주세법엔 알코올 1도 이상의 음료이면 술이라고 정의한다. 고대의 제천행사(祭天行事)에서도 중요시했듯이 현세에도 사회적 의미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 술이라 할 수 있다.

 

술 없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맑고 정연한 세상일까, 아니면 삭막하고 건조한 세상일까? “짧디 짧은 세월 속에서 숨가쁘게 조여오는 초조함이 있거들랑 한잔 술로 잊어 버리세나! 어차피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아니던가!” 라며 자괴(自愧)의 심정으로 마시는 술이 있는가 하면, “끝없이 닥쳐오는 수심(愁心)일랑 한잔 술로 떨쳐버리고 희망찬 내일을 다시 시작하세!” 라고 다짐하는 술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애주가인 나는 술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어, 고통을 떨쳐버리고 내일을 다짐하는 술의 의미에 손을 들 것이다.

 

인생 80은 산수(傘壽)라 하여 팔순(八旬)을 의미하지만, 산수(傘壽)의 산()막는다혹은피한다는 뜻이 숨어 있어 80세는 이르기 어려운 나이라는 은밀한 의미를 품고 있는데, 나도 어느덧 그 나이에 이르렀다. 오래도 살았구나!” 하는 회한(悔恨)과 함께 긴긴 세월을 뒤돌아보면 많은 인물과 사건들이 주마등 같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 특히 술과 관련된 추억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나는 체질적으로 술 소화력이 강한 탓이었던지 지금껏 50년 넘게 술을 즐기며 살고 있다. 물론 60대 이후부터는 10년 주기로 주량이 절반씩 줄어들어 옛 기분을 따라 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술과의 인연을 끊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제, 50년의 취흥여행(醉興旅行)을 다시한번 되돌리며 노년의 자존(自尊)을 높이고 싶은 심정으로 펜을 들었다.

 

취흥(醉興)이란 술에 취해 일어나는 흥겨움을 말한다. 또 다른 말로 명정(酩酊)이란 말도 있는데, 취흥이나 명정은 모두 술에 취했을 때 일어나는 상태로, 압박해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기분을 향상시켜 용기와 위안, 행복을 느끼게 하는, 선약(仙藥)을 마신 것 같은 상태를 말한다. 물론 그 시간이 너무도 짧아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져 안타깝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