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처음 술이 생긴 것은 언제쯤일까?
추정하건 대, 고대의 술은 발효주(醱酵酒)가 원천을 이루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술이 사용된 것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한민족이 고조선(古朝鮮)시대 이전부터 중국 등 주변국들보다 앞서 발효(醱酵)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술이 처음 사용된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단군(檀君) 제사를 모실 때 햅쌀로 만든 신농주(神農酒)를 올렸다”는 기록에서 처음 확인할 수 있다. 그 이후 삼국시대에도 제사나 농사일에 어김없이 술이 등장했고, 특히 고려시대에는 궁궐 내에 술 공급을 담당하는 "양온서(良醞署)"라는 관청이 있었고, 고려 성종 때는 수도인 송도(松都)에 나라에서 개설한 6개의 공설주점(公設酒店)이 설치되었으며, 특히 사찰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양조(釀造)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 청주, 탁주, 소주 외에도 과실주, 가향주, 약용주 등 다양한 술이 등장했다.
술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잔술은 삶의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수많은 난관과 외로움을 일거에 풀어주는 선약(仙藥)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각박한 인류의 삶에 여유로움과 낙관적 사고(思考)를 불어넣어주고, 우리 삶에 풍요를 더했던 게 술의 역할이었다. 이렇게 술은 각 나라 특유의 국민성과 자연환경, 그리고 풍토에 맞추어 곡물주(穀物酒), 과실주(果實酒), 증류주(蒸溜酒) 등으로 발전해 왔다.
젊었을 때 회사의 독일지사에서 근무했던 나는, 독일사람들의 술 사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사람들은 술 마시기를 좋아한다. 물을 마시는지 술을 마시는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음주는 그들 생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할 것없이 물 마시듯 맥주나 와인을 마셔 대는 게 그들이었다.
독일에는 곳곳에 ‘비어가르텐’이라고 불리는 맥주집이 있고, 주택가에도 술집이 자리 잡고 있어 너나 없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 부르며 떠들썩 하기 이를 데 없는 특유의 술 풍속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외롭게 생활해야 하는 나를 포함한 이국인들도 쉽게 그들과 술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음주는 하되 법 테두리는 철저히 지키는 게 그들의 예의였다. 밤 9시 반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일시에 조용해진다. 술집 앞 노천의 탁자들은 철수되어 노변 음주는 금지되고, 더 마시고 싶으면 술집 안으로 들어가 조용이 술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라인강변 산비탈에는 광활한 포도밭이 널려 있어 필수 식음료로 와인과 맥주가 발달한 반면, 미주 쪽엔 위스키가 주종을 이루는 듯하여 진짜 술꾼은 북미·중미·남미 사람인 듯싶다. 물론 위스키의 탄생은 동양의 증류기술이 서양에 전래되어 후에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것이 미주 쪽으로 흘러간 것 같다. 결국 지구촌의 어디를 가든, 술은 사람들의 마음 속을 오고 가며 애환을 나누는 필수 동반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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