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인생 노트

노인의 감정(感情) 변화

추동 2022. 7. 18. 07:29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람직한 노인상(老人相), 인자함과 너그러움을 지닌 따뜻한 모습의 노인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은 버려야할 폐습(弊習)을 버리지 못해 풍모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감정흐름을 통제하지 못하고 왜곡하는 습성 때문이다. 살아온 연륜이 오래된 만큼 감정을 통제하는 솜씨도 익숙해질 법한데, 실제로는 이를 억제하지 못해 아픔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갖 풍파를 거치며 한없이 빈약해진 노인들의 가슴에는 아직도 사랑과 증오, 열정과 좌절,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선(感情線)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그런 탓인지 때로는 억눌리다가 때로는 폭주하며 감정의 변화가 조석변개(朝夕變改)한다. 너그러움 보다는 노여움이 앞서고, 섭섭함이 가득하며, 방어논리 때문인지 노인 특유의 외고집을 부리며 인간관계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인간은 누구나 늙어간다. 늙어가면서 노쇠현상을 일으켜, 몸의 각 기능이 퇴화하고 성격도 변해간다. 노화현상은 체력이나 지력(智力)에 앞서, 감정(感情)에서부터 먼저 시작된다고 한다.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에 문제가 생기고 이에 따라 감동(感動)을 잘 받지 못한다. 감정이 늙어가는 여러 징조는 얼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표정이 무거워지고, 눈물이 메말라 가며, 웃음이 점차 사라진다.

 

나이 듦에 따라 감정이 무뎌 지면서 반응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실감(喪失感)이나 소외감(疏外感), 두려움, 그리고 기쁨과 슬픔에 대해 무엇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노여워하고 서러움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시시비비(是是非非)에 따라 짜증과 분노 혹은 흥분을 일으키는 현상은, 건강을 해치고 노화를 촉진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 가급적이면 이런저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평온한 마음, 즉 평정심(平靜心)을 유지하는 게 몸에 좋다. 평정심이란 외부의 어떤 자극에도 동요되지 않고 항상 편안한 감정을 유지하는 마음을 뜻한다. 불교에서 자주 일컬어지는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도, 집착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연약한 노인들의 심경에 얽혀 있는 온갖 번뇌와 갈등, 원망과 욕심들을 모두 던져버리라는 뜻이다. ()는 때로는 생명을 단축시키는 무서운 병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순화시키고 평정심을 찾기 위해 잠시동안만이라도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冥想)의 시간을 갖도록 권유하고 싶다. 명상법은 숨쉬기(호흡)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복잡해진 생각을 떨쳐내는 방식이다. 주의가 산만해지면 다시 호흡에 집중하도록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노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점차 멀어져 평온을 찾을 수 있다. 명상은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고 달래주는 과정인 동시에 너그러운 노인상에 이르는 첩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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