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인생 노트

늙음의 순리(順理)

추동 2022. 7. 25. 06:39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나, 늙고, 병고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단계를 밟는다결국 늙음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생태적 현상이다. 죽음이란 나와 관련된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하는 과정이다. ()로 돌아가는 종착지라 할 수 있다. 조문을 하는 자리에서 "고인께서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는 말을 듣곤 하지만, 편안한 죽음은 존재하기 어렵다. 포기는 안타깝고, 이별은 서글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죽음의 순리를 미리 예견하고 서서히 준비한다면, 포기와 이별의 아픔을 참아내며 잊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늙음의 순리(順理)란 무엇인가? 늙음은 결국 자연으로의 회귀(回歸)를 의미한다. 생명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흙에서 생성되었다가, 삶이라는 짧은 여정(旅程)을 마치고 자연 속 발아지점인 흙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일 뿐, 애석하거나 안타까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전의 인연을 끊는다는 건 매우 슬픈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예외 없는 자연의 규칙이며, 피할 수 없는 늙음의 순리다.

 

꽃들의 피고 지는 모습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벚꽃의 마지막은 슬프고 애달프다. 꽃잎들이 제각각 떨어져 바람에 실려 날라간다. 바로 풍장(風葬)이다. 꽃이 날리는 건지, 눈물이 날리는 건지 이별의 상처가 모질기 짝이 없다. 목련의 끝은 더더욱 서글프다. 백옥같이 빛나던 꽃들이 탄력을 잃은 채, 가지에 붙어 썩다가 땅에 떨어져 외면당한다. 이것 역시 자연의 섭리다.

 

산다는 것은, 대대로 쌓인 죄업을 등에 짊어지고 힘겹게 가야 하는 힘들고 덧없는 고난의 길이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덧씌워진 죄와 허물을 벗기 위한 인과(因果)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좋은 죽음이란 준비가 이루어진 후에 맞이하는 죽음일 것이다. 어떤 죽음은 딱하고 추한 반면, 어떤 죽음은 의연하고 품위 있어 보인다. 그 차이는 바로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했는가"에 달려 있다. 죽음의 준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말끔히 털어내는 일이다. 죽는 순간 편안히 눈을 감으려면, 과거에 대한 집착이 없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생로병사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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