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연재

역사소설「사랑의 요소(要素)」- 3

추동 2023. 8. 14.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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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시작−1

 

조선반도가 어수선하다. 샛바람을 타고 동녘의 바다 건너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 침공이 임박한 것인가?

전쟁은 항상 침략자의 일방적 선언과 힘으로 시작되지만, 그러나 적군과 아군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은 뒤에야 끝난다. 이것이 변하지 않는 전쟁의 원리다.

 

전쟁을 앞둔 조선의 정황은 어떠한가?

조선 14대 임금 선조(宣祖)가 갑작스레 임금에 오르더니 선대 명종(明宗) , 윤원형(尹元衡)과 정난정(鄭蘭貞) 일파가 저질러 놓은 추악한 병패들이 한도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 가장 기막힐 노릇은 군역제도가 썩을 대로 썩어 군대가 거의 붕괴되었다는 사실이다. 병사가 없어 한 나라의 국경선이 무풍지대로 방치되고 있었으니 전쟁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또한, 새 임금 선조가 즉위하자마자 시작된 당파싸움은 조선 조정을 두 편으로 갈라놓았다. 조정 대신들은 모였다 하면 서쪽과 동쪽으로 갈린 채 불구대천지 원수처럼, 서로를 노려보며 언쟁을 높이는 게 일상이었다. 국정을 총괄하는 이들 조정 대신들이 권력 빼앗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나라 밖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고, 머지않아 큰 폭풍이 이나라 조선 땅을 뒤덮을 것이라는 준엄한 천뢰(天籟)의 진동 소리 역시 이들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전쟁의 발발에 대해 조선 조정은 반신반의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감히 조선을 침략할 위인이 못된다는 결론이었고, 만일의 경우에 대한 방비도 없었다.

필연적으로 닥쳐올 엄혹한 파멸의 책임을 이들은 어찌 감당하려는 것인지~~.

 

한편, 일본의 역사는 조선과 정반대로 흐르고 있었다.

어부지리로 전국(戰國) 일본의 권력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최고 권좌인 다이코(太閤)에 오르지만, 섬나라에 불과한 일본 열도의 통일에 만족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섬나라의 굴레에서 벗어나 광활한 대륙으로 진출해야만, 일본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 기필코 조선과 중국을 일본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굳게 믿고 있었다. 그의 전쟁 준비는 치밀했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의 손에는 조총(鳥銃)이 들려 있었다.

 

일본은, 항해 중 풍랑으로 큐슈에 표류한 포르투갈 상인에게서 조총을 구입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서 화기의 제조 방법, 화약의 배합 방법, 사격술 등을 전수받은 일본은 조총의 자체 생산에 성공하자 조총을 이용한 전술을 개발하고 병사를 대대적으로 훈련시킴으로써 전투 능력을 고도화할 수 있었다. 조총은 심지에 불을 붙여서 발사하는 구식 총기가 아닌, 격발 장치로 발사하는 신식 총기였다. 대륙 진출을 꿈꾸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확신을 준 것은 바로 조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