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사랑의 요소(要素)』를 매주 1회씩 연재하려 한다.
노년을 거쳐 이제 산수(傘壽)의 벽에 걸쳐 있으니, 돌처럼 굳어져 버린 감성과 사고력,
딱딱해진 필력으로, 어찌 복잡미묘한 사랑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사뭇 망설여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망종(亡終)의 허우적거림에서 벗어나려 한다.
많은 채찍과 힐난(詰難)을 기다린다.
프롤로그(prologue)-1
「탐욕은 전쟁을 불러오고 총칼은 파멸을 초래한다.」
1592년, 선조(宣祖) 임금의 재위 25년째인 임진년(壬辰年) 4월 13일 새벽.
20만의 일본 왜병들이 일시에 조선을 침공해왔다.
한반도와 중국을 정벌하여 섬나라 일본을 광대한 대륙국가로 개창하겠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탐욕이 마침내 총칼을 앞세운 살육 전쟁으로 치달은 것이다.
침략자는 잔인했고, 조선은 한없이 무기력했다.
장장 7년에 걸친 통한의 임진왜란은 평화롭던 조선 천지를 파탄의 수렁으로 몰아넣었고, 정(情)과 의(誼)로서 순박하게 살아온 한민족 고유의 민족성을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치욕의 전쟁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조선만 파괴된 건 아니었다.
침략자인 일본 역시 극심한 민생파탄으로 국기(國紀)가 위기에 내몰렸다. 천문학적 전쟁비용은 물론, 헛되이 죽어가는 수많은 병사들의 원혼(寃魂)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탐욕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빗발치는 반대세력의 추궁과 민중의 항거를 견디지 못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결국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아야 했다.
또한 정략적 이익을 위해 조선에 군대를 파견한 명나라도 왕조멸망의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임진왜란은 참혹한 전쟁임이 분명했으나,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모한 살육과 파괴만 난무했던 공허한 전쟁이었다.
한반도에는 유별나게 전쟁이 많았다. 그야말로 전쟁으로 얼룩진 고행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마도 국토의 지형이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에 포위되어 있는 형국인 대다, 그들 나라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 전쟁 유발의 원인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그들 강대국은 한반도를 놓쳐서는 안 될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면서도, 서로 이해가 얽혀 있어 쉽게 정복하기에는 뜨거운 감자와 같은 그런 땅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견제와 위협의 양면전술을 펼치면서 한반도를 선취하기 위해 수시로 침략을 감행했고, 한반도의 정세는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죄 없는 백성들만 모진 고난에 시달리며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
이것이 한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취약점이요, 운명적 불행이었다.
한민족을 은근과 끈기로 역경을 극복해온 끈질기고 강인한 민족이라고 찬탄을 받기도 하지만, 사실은 하늘의 은복과 가호에서 외면당한 불행한 민족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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