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연재

역사소설「사랑의 요소(要素)」- 4

추동 2023. 8. 27. 11:47

 

(1)

전쟁의 시작−2

 

임진년 4 14일 아침, 부산 앞바다 멀리 까만 그림자들이 파도에 가물거린다. 수많은 왜적 선단이 부산 앞바다를 새카맣게 뒤덮은 채, 10만여명이 넘는 대군을 싣고 부산해안을 향해 쳐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부산진성을 지키고 있던 성주 정발(鄭撥)은 곧 엄청난 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채 부산 앞바다에 있는 절영도로 해장을 하러 나왔다. 조정의 대신들이 사욕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일반 백성들도 자포자기에 빠져 허랑방탕하게 노닐기에 바쁜데 지방 관료인들 어찌 시류의 흐름을 거스르겠는가!

"으앗! ∙∙ 사또−, 저쪽을 보십시오. 저게 뭡니까?"

"아니! 저건~, 저건~, 군선이 아니냐!"

정발은 온 바다를 뒤덮은 선박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왠 선박 떼인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선박들의 윤곽이 들어나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왜선이~, 저렇게 많은 왜선이 오다니~. 소문인 줄만 알았던 왜적의 침입이 시작되었단 말이냐!"

급히 술상을 물리고 부산진성으로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자 적병은 함성을 지르며 성을 향해 몰려들었다. 드디어 임진왜란이 시작된 것이다.

 

"병사들은 들어라! 왜놈들에게는 한치의 우리 땅도 양보할 수 없다. 제병들은 목숨을 걸고 적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뚫리면 조선이 위태로워진다. 알겠느냐?"

정발은 술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성문을 굳게 닫고 부하 장병들의 전열을 가다듬은 후 침략자 왜놈들로부터 조선의 문호인 부산진 성을 결연히 지킬 것을 독려한다. 적장은 전통문을 보내 성문을 열 것을 요구하였고, 조선군이 완강히 버티자 성벽을 향해 조총을 쏘기 시작했다. 조선에서는 처음 보는 무기였다. 까만 부지깽이 같은 막대에서 "" 하고 소리를 내면 연기가 뿜어 나오고 동시에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이었다. 새로운 무기에 전혀 경험이 없는 병사들은 활과 칼로 대항하기 위해 성문 위에서 적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적탄에 동료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본 조선 병사들은 몸을 피하기 바빴고, 사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적병은 부산진성 동북쪽 낮은 성벽을 타고 물밀 듯이 성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성벽 위에서 진두지휘하던 성주 정발은 적탄을 맞고 끝내 숨을 거두었고, 순식간에 부산진성은 적군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경상도 앞바다를 지켜야 할 경상좌수사 박홍(朴泓)은 정발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 길로 좌수영을 버리고 도망쳐 달아났고, 다대포 첨사 윤흥신은 적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으며, 이 지역 육해군의 최고 우두머리 경상좌병사 이각(李珏)은 몇몇 부하를 대동한 채 어디론가 줄행랑을 쳐 사라져버렸다.

왜군들은 부산성을 함락하자 곧이어 동래성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며 병사들을 독려하던 동래 부사 송상현(宋象賢)은 이미 전세가 기울어져 위급해졌음을 감지하고는, 즉시 관아로 돌아가 조복으로 갈아입더니 북쪽 한양의 임금을 향해 북향 재배하고는 망루에 나아가 적병의 총탄을 몸으로 막으며 산화하고 말았다. 조선의 관문인 부산이 완벽하게 유린되어 적군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