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례의 통곡은 그 동안 온몸으로 공들여왔던 모든 꿈들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비탄의 소리였고, 길고 긴 장정(長程)에 종말을 고하는 절규였다. 그러나 그 통곡은 아무런 감동도 남기지 못한 채, 하늘 먼 허공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옥례의 전성기는 이렇게 막이 닫히며 세상 저편 뒤안길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삼천 대방이 없는 함흥상단에 옥례의 존재란 있을 수 없었다. 그저 상권 밖으로 내쳐져, ‘한때의 여류상인 장옥례’의 희미한 허상으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던 대방어른도, 갇혀있던 둥우리를 깨고 탈출하겠다는 여인의 거센 몸부림도 모두 사라져버린 지금,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겹겹이 상처로 찢겨진 빈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여태껏 쌓아왔던 모든 성취를 포기하고 원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