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

궁궐 연향(宴饗)과 음식조리

추동 2019. 12. 16. 15:56


(사진-44) 임금의 수라상-12첩 반상






●궁궐 음식과 궁궐잔치


 궁궐에서는 음식을 한 곳에서 만들지 않고 각 전각(殿閣내전, 중궁전, 대비전, 동궁전 등) 마다 주방상궁(廚房尙宮)이 있어 따로 음식을 만들었다. 각 전각에는 다소 떨어진 곳에 소주방(燒廚房)과 생과방(生果房)이 있고, 생과방은 죽과 전, 식혜, 다식, , 음료와 과자를 만들고, 소주방은 수라(주식과 반찬)를 관장하는 내소주방(內燒廚房)과 크고 작은 잔칫상을 준비하는 외소주방(外燒廚房)으로 분리된다.


 


궁궐음식은 일상음식과 연회음식이 있는데, 일상음식은 초조반, 조반과 석반의 수라상, 점심의 낮것상, 야참 등 5회로 주방상궁이 내소주방에서 만든다. 연회음식은 각종 행사 뒤에 차려지는 잔칫상인데, 규모가 크지 않은 잔치음식은 외소주방에서 준비하지만 큰 잔치음식은 숙설소(熟設所)를 별도로 설치하여 대령숙수가 준비한다.




궁궐잔치를 구분해 보면 작은 잔치로는,


정월, 단오, 추석, 동지 등 명절, 궁내의 왕족과 궁 밖의 종친 등의 생신(生辰), 왕족의 관례(冠禮)나 가례(嘉禮) 등의 연중 행사에 비교적 규모가 적은 잔치가 각 전각에서 베풀어졌고, 잔칫상의 준비는 외소주방에서 주방상궁에 의해 이루어진다.


 


큰 잔치로는,


나라에 행사가 있을 때 베푸는 진찬(進饌), 왕족에 경사가 있을 때 베푸는 진연(進宴)이 있는데, 임금, 왕비, 대비 등의 회갑과 탄신, 망오(望五–41), 망육(望六–51) 등의 특별한 날, 존호를 받는 날, 왕세자 책봉이나 가례, 외국의 사신을 맞는 날, 전승 축하행사, 이 밖에 국가적 경사가 있을 때 큰 잔치가 열린다.


 


큰 잔치 때는 연회 일자 별로 차리는 찬안(饌案)의 규모, 종류, 음식의 이름을 적은 찬품단자(饌品單子메뉴 리스트)를 만든다.

큰 잔치인 진연과 진찬 때는 의식 절차와 궁중무용, 음악을 여러 차례 예행연습을 거쳐 2~3일에 걸쳐서 4~6회의 연회를 베풀었다.


 


특히 중국 사신(使臣)을 위한 잔치가 많았다.

1년에 1~2회 중국 사신이 한양에 당도하면 첫째 날 하마연(下馬宴)을 시작으로, 떠나는 날 상마연(上馬宴) 10여 차례 이상의 잔치가 벌어졌다. 따라서 평균으로 매년 3~4회씩은 큰 잔치가 열렸다. 이때는 경회루 북쪽에 숙설소를 설치하고, 대령숙수에 의해 음식이 준비되었다. 경회루(慶會樓) 북쪽에 숙설소와 경회루가 연결되는 만시문(萬始門)이 있어 음식을 날라 공급할 수 있었다.


 

●수라상(水剌床), 12첩반상


 경연을 끝내고 새벽일과를 마친 임금은 9시쯤 침전인 강녕전(康寧殿)으로 자리를 옮겨 「12첩 반상(班常)」으로 아침수라를 들게 된다. 항상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하루 중 아침과 저녁은 「12첩 반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식사는 임금이 할 수 있는 중요한 건강관리의 방편임으로, 12첩 반상」의 12가지 반찬의 구성은 임금의 식사를 책임지는 상선(尙膳내시)과 주방상궁이 임금의 입맛과 건강상태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계절에 맞는 음식재료를 치우침 없이 골고루 구성하여 준비한임금만을 위한 맞춤형 건강 식단이기 때문에, 건강관리를 위해 꼭 「12첩 반상」으로 식사를 들도록 권유하였다.


 


12첩 반상」은 기본음식과 반찬음식 등 19가지 음식으로 구성되는데,


기본음식은 밥(흰밥과 팥밥), (), 조치(찌게), (생선찜), 전골, 김치, 장류 등 7가지로 구성되고,


반찬음식은 더운 구이, 찬 구이(더덕), 전유화(), 숙육 (편육), 숙채(나물), 생채, 조리개(조림), 장과(장아찌), 젓갈, 마른찬(포ㆍ자반ㆍ튀각), , 별찬(계란음식) 12가지 반찬으로 구성된다.


 


수라음식은 최소 30년 이상의 조리경력을 지닌 주방상궁(廚房尙宮)에 의해 차려지지만, 음식을 검사하는 책임은 기미상궁(氣味尙宮)에게 있다. 수라상이 임금 앞에 놓이면 임금이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기미상궁이 조그만 그릇에 반상 위의 모든 음식을 조금씩 덜어 직접 먹어가면서 독성 유무를 검식(檢食) 한다.




음식을 덜 때는 수저나 젓가락을 이용하지 않고 맨손가락으로 덜어서 먹어야 한다. 혹시 수저에 묻힌 독성이, 남은 음식에 전이되는 것을 방비한다. 겨울엔 은제반상기, 여름엔 사기반상기를 써야 하고, 모든 음식그릇은 덮개로 덮는다.

항상 독성에 반응하는 은수저를 놓았다.                                                                                                                 


 


역사서에 적시하여 기록된 바는 없지만, 수라상을 통해 독살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능성은 여러 번 제기되었다. 12대 인종과 계모 문정왕후의 음식(어린 아들 명종의 즉위를 위해), 14대 선조와 아들 광해군의 약밥(인목왕후가 아들 영창대군으로 세자 교체 시도를 막기 위해), 20대 경종과 세제 영조의 게장음식(왕위승계 의도) 등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의심되는 사례가 제기되고 있고, 26대 고종을 일제의 하수인(시종)이 식혜에 독약을 타서 독살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