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39) 중국의 사신 영접행사는 조선왕조의 생존을 위해
가장 장대하고 화려하게 거행되었다.
●국빈 접대, 중국사신(使臣) 영접행사
궁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행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행사는 사대국(事大國)인 중국의 사신(使臣)을 맞이하는 행사일 것이다. 임금을 비롯하여 중앙의 모든 문무백관이 총동원 될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장대하고 화려하게 치러지는 국가 최대의 행사라 할 수 있다.
중국 명나라와 조선은 공식적으로 형제지의(兄弟之誼)의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선국왕이 중국 황제로부터 임명(고명)을 받아야 하는 중국의 지방정부와 같은 형태의 군신 관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따라서 중국 황제를 대리하여 조선을 방문하는 중국 사신의 신분은 명목상 조선 임금의 지위를 상회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들을 영접하는 일은 조선왕조의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가 아닐 수 없었다.
양국의 사신은 중국에서는 통상 일 년에 두어 차례 내방이 있었고, 조선에서는 대여섯 차례씩 사신을 파견했는데, 조선시대 때 중국이 조선으로 파견한 사신의 방문회수는 명나라가 188회, 청나라가 245회로 무려 433회에 이르렀고 칙사(勅使)가 아닌 실무자급 관리의 방문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중국 사신단(使臣團)의 규모는 칙사를 위시하여 간부급 관원이 30여 명이고 보좌인원과 경호요원 그리고 하인들을 포함한 전체 사행(使行) 인원은 200명이 넘었다.
이들 사신단을 접대하고 명나라 황실이 요구하는 조공품(朝貢品)을 제공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되어, 국가 재정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매우 심각한 일이었지만, 조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사신의 공식 입국절차
명나라로부터 조선 외교창구인 승문원(承文院)으로 연락문서인 통신문이 도착했다. 명나라 황제의 명으로 태감 「창성」을 칙사로 사행단(使行團)을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칙사의 신분은 명나라 황제를 지근에서 보좌하는 환관이다.
중국 사신 영접을 총괄하는 임시 관청인 영접도감(迎接都監)을 설치하도록 왕명이 내려지고, 조선에 입국하는 중국의 사신을 국경인 의주에서 맞이하여 한양까지 정중히 안내하기 위해 학문과 덕망이 높은 2품 관리가 원접사(遠接使)로 임명된다.
또한 사행 길의 길목에 위치한 안주, 평양, 황주, 개성 등 중요 지역에도 2품 이상의 관원을 선위사(宣慰使)로 지명하여 사신일행을 극진히 맞이하도록 준비한다. 사신일행이 지나가는 통행로에는 주민들을 동원하여 길을 고르고 그 위에 황토를 뿌리도록 조치한다.
사신일행이 오랜 여행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경기도 고양의 벽제관(碧蹄館)에서 의복을 정제한 후 한양에 도착하는 날, 임금은 왕세자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경복궁을 나와 돈의문(敦義門) 밖 영은문(迎恩門) 앞에서 공손히 사신을 맞이한다.
임금은 사신일행을 안내하여 영은문을 거쳐 모화관(慕華館)으로 인도하고 잠시 작설차와 인삼차로 다례를 베풀며 원행(遠行)의 노고를 위로한 뒤, 도성으로 들어가기를 청한다. 임금이 친히 사신을 경복궁으로 안내하여 광화문(光化門)에 도착하면 의례상 사신이 먼저 중앙 궁문(宮門)으로 들어가고 임금은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근정전에 이르면 임금과 문무백관이 곤룡포와 예복을 갖추고 근정전 앞 상월대에서 빈례(賓禮)에 의거 귀빈을 맞이하는 공식적인 영접행사를 거행한다. 빈례(賓禮)가 끝날 무렵 사신은 가지고 온 황제의 칙서를 전달하겠다고 선언하고, 임금은 머리를 숙여 예를 표한 후, 왕세자와 삼공육경(三公六卿-삼정승과 육조판서)을 대동하고 사신을 안내하여 편전인 사정전(思政殿)으로 이동한다.
중국황제의 칙서(勅書)를 받기 위해 임금과 왕세자 그리고 삼정승과 육조판서가 모두 무릎을 꿇고 조아리니 중국 사신은 힘찬 목소리로 칙서를 낭독하고 이를 임금에게 전달한다. 임금은 칙서를 두 손으로 정중히 받아 들고 고개 숙여 목례를 표시한 후 도승지에게 넘긴다.
곧 이어 임금은 사신을 중국 전용 영빈관인 태평관(太平館-현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으로 안내하여 간략한 주연을 베풀고 사신 영접 첫날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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