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연재

역사소설「사랑의 요소(要素)」- 13

추동 2023. 10. 23. 06:04

 

(2)

출생의 비밀−8

 

“형! 나 좀 봐요~. 사당 뒤에서 기다릴 게요.”

갑진이 형 갑수에게 잔뜩 불만 품은 표정으로 한마디 던지고는 휑하니 집 뒤편으로 가버린다.

∙∙∙∙∙? 저 녀석이 뭔 일이야, 버릇없이~~.”

갑수는 읽던 책을 덮어놓고 집 뒤꼍에 있는 사당으로 급히 달려갔다. 아우 갑진이 사당 안 난간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인데 오라 가라 난리를 치는 게냐? 뭔지 어서 예기해 보거라.”

“형~! 순금이를 어찌할 거야? 형 생각을 듣고 싶어~.”

“순, 순금이를 어찌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다 알고 있어. 형이 그러면 안 되잖아요!”

“뭐∙∙∙, 뭐라고! 뭘 다 알고 있다는 거냐?”

당황한 갑수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거린다.

“형! 순금이 엄니가 어쩌다가 죽음을 당했는지 형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런데 형이 그 아이를 그렇게 농락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건 안 될 일이잖아요~~.”

“으~~, ~~.”

“아버지가 순금 어미하고 그런 일이 있었는데, 형이 또 순금이를 건드리면~~,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도대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순금이는 소실로도 들일 수 없는 아이라는 걸 형이 몰라? 어머니가 아시면 아마 난리가 나고 말 꺼야−−”

“아, 알았어, 누가 들을 라~~, 목소리 좀 낮춰! 네 말 대로 더 이상 순금이를 가까이하지 않을 게∙∙∙∙. 그런데 앞으로 순금이를 어찌하면 좋겠냐? 네 생각은 어

떤지, 말 좀 해 보거라!”

“일단, 순금이는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는 없는 일이야! ~~산수마을로 돌려보내서 제 집에서 살게 해야 될 것 같아. 그러는 수밖에 없어! 물론 순금이가 먹고 살 수 있도록 형과 내가 뒷받침을 해줘야 하겠지! 언젠가는 어머니도 아실 테니까--.”

이후 갑수의 태도는 사뭇 달라져 순금의 곁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순금아! 네가 알다시피 더 이상 우리 집에서 함께 살기는 어려워졌어-. 그러니, 산수마을 네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형하고 내가 너 사는 데는 어려움이 없도록 뒷받침할 거야. 그러니 오늘이라도 어머니께 말씀드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알겠냐? 내 말~~?”

갑진의 간곡한 말을 듣고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꽉 막히는 듯했다. 진사 어른과 천 서방 아저씨, 그리고 엄니의 얽혀 있는 사연을 알게 된 이상 김 진사 댁에 머무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앞이 캄캄했지만 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진사님 댁을 떠나려 하니 새삼 천애고아가 되어 있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나 불쌍하고 가련하여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인자하고 따뜻한 마님의 곁을 떠나 자니 울타리 없는 험한 세상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두려움이 들어, 다리가 후들거리며 서있기조차 어려웠지만 달리 살아갈 방도는 아무것도 없었다. 갑수 도련님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고 설음이 복받쳐 울음을 멈출 수 없었으나, 든든한 갑진 도련님의 약조가 있었으므로 그저 한 가닥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마, 마님~~! 저는 이제 그만 제집으로 가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 동안 큰 은혜로 저를 거두어 주셔서 이만큼 컸으니~~, 독립해서 살 때가 된 것 같아요. 마님!”

순금 어미의 자초지종을 알고부터 순금을 어찌해야 하나 걱정하시던 마님은 차라리 순금이 제 집에서 따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차라리 그게 나을 상 싶다. 너도 알다시피 여기서 함께 사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닌 것 같구나. 내 너 사는데 불편치 않게 도울 것이니 가끔씩 일 있을 때 와서 거들며 떨어져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너무 섭섭한 생각일 랑 하지 말거라. 알았느냐?”

그렇게 순금은 집을 떠난 지 5년만에 예전 엄니와 함께 살던 산수마을 옴팍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