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소개-김준태>
생태융합과 생명철학을 공부하는 탐구자이자 교육자.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인가’를 고민하는 시대에 자연의 오랜 지혜가 살아 있는 나무와 숲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공주사범대학교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충남대학교에서 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숲에서 만나는 101가지 나무 이야기』『자연에서 만나는 생명 이야기』『자연과 교육』『한국의 조류 생태와 응용』 등을 공동 저술했다.
<책의 특징>
나무는 큰 산하 어느 곳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사람을 반긴다. 나무들이 물, 공기, 흙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생태계가 사람에게는 치유의 공간이다. 어느 것 하나 멈춰 있지 않고, 언제나 맑고 신선한 아우라(aura-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주고, 누군가에게는 활력을 준다.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나무의 생태 원리와 방식을 저자의 겸손하고 따뜻한 눈을 통해 풀어낸다. 식물학을 공부한 저자가 오랜 시간 숲에서 관찰하고 배운 묵직한 메시지를 역사적, 문화적, 교육적, 생태적 관점의 에세이로 적어 내려갔다. 나무의 삶에서 배우는 순리가 무엇인지, 그들의 질서와 진화는 얼마나 치열하고도 정교한지, 그래서 숲길을 걷는 사람이 되어보라는 진심 어린 당부까지 이 책은 좋은 '나무의 말'을 전한다.
삼월, 봄부터 시작해 계절은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며 12장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무채색 단조를 벗고 살갗을 트며 꽃을 피우는 봄,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잎사귀로 하늘을 채우는 여름, 단풍으로 이별을 알리고 열매로 미래를 여는 가을, 배려와 존중으로 가지를 뻗어 숲을 사랑장으로 만드는 겨울까지. 공존과 나눔, 포용 등 인간다운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존재로서 오랜 시간을 우리와 함께해온 나무를 통해 뻗은 사유의 가지를 사계절 12달의 변화로 풀어냈다. 다양한 시와 노래로 버무린 문학적 감성, 특유의 관찰력과 풍부한 자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이 더해진 우리 숲 안내서. 이제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떠나는 경이로운 숲 세계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책 속으로>
숲이 짙은 녹색으로 우거지기 전, 아직 햇빛이 숲속 깊숙이 파고들 때 친근하게 만나는 키 작은 나무들이다. 먼저 풀꽃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고, 그 다음에 키 작은 나무들이, 마지막으로 키 큰 나무들이 움트는 정교한 질서가 숲에 있다. 배려와 나눔의 숲이다.
(그토록 간절했던 봄이 와도 나무들은 배려하며 제 차례를 기다린 다니! 가장 작은 나무부터, 그 다음 작은 나무, 또 그 다음 작은 나무) - p.33 <봄>
40~50년 후에도 소나무, 전나무 같은 침엽수가 우리 숲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장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나무들이 천이의 극상을 이룰까? 바로 작고 무수한 잎을 달고 있는 부지런한 나무들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란 무엇인가?
(생태계에서 생물상이 환경에 적응해가는 변화를 '천이'라고 부르는데 늘 부지런히 움직이는 나무들이 더 오랜 역사를 갖는다고 한다. 지금의 나도 더 열심을 내야하는 이유를 찾았다.) - p.94 <여름>
나무마다 굵은 원뿌리로 몸체를 굳건히 고정하고, 원뿌리에서 잔뿌리를 무수히 내어 흙을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잔뿌리에서 잔뿌리가 나오고, 그리고 또 잔뿌리…. 그렇게 흙과 접하는 표면적을 넓히며 나무마다 제 영토를 만든다. 밖으로 보이지 않기에 간과하던 세상, 바로 뿌리의 힘으로 만든 세상이 땅속에 있다.
(겨울이 되면 줄기와 잎으로 가는 모든 에너지의 통로를 차단하는 '떨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뿌리로 회수해 혹독한 겨울 내내 땅 속에서 그 몸체를 지탱하고 버틴다.) - p.176 <겨울>
꽃이 피면 꽃이 져야 한다. 벚꽃은 꽃잎 다섯 장이 제각각 떨어져 처절하게 바람에 실려 날린다. 바로 풍장(風葬)이다. 꽃이 날리는 건지 눈물이 날리는 건지 이별의 생채기가 모질다. 동백꽃은 단호하다. 도도하게 빛나던 꽃덩어리가 어느 날 갑자기 툭 떨어진다. 너무도 비통하다. 목련 꽃의 끝도 서글프다. 백옥같이 빛나던 꽃들이 탄력을 잃은 채 곪아 썩도록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꽃들이 떨어져 나간 뒷자리에는 바로 열매라는 이름으로 내일을 약속하는 생명이 있다.
<결어>
팽팽 돌아가는 세상의 영악함에 치일 때 이 책은 피톤치드 같은 상쾌함을 주는 듯하다. 나무의 말(言)로 마음을 회복하니 한결 여유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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