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인지혁명(認知革命)

●인류의 인지혁명(認知革命)

 가) 지금까지 겪어온 「인류의 진화」는 인지혁명(認知革命), 농업혁명(農業革命) 그리고 과학혁명(科學革命)의 과정을 밟아오며 오늘의 인간을 만들어왔다. 인지혁명이란 약 7만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방식을 말한다. 인류 역사의 중요한 세 분기점 중 첫 번째 분기점이다.

     

나)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고유한 언어 덕분이었다. 우리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

     

다) 언어를 통해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 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라)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발전 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바로 그 지점이었다.

     

마) 약 7만년 전부터 3만년 전까지 사이에 배, 기름등잔, 활과 화살, 바늘(따뜻한 옷을 짓기 위한 도구) 등을 발명했다. 또한 이 시기에 예술품과 장신구가 만들어졌고, 종교와 상업, 사회구조의 계층화가 일어났다. 이런 전례 없는 업적이 사피엔스의 인지능력에 혁명이 일어난 결과라고 믿는 명백한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바) 무엇이 인지혁명을 촉발시킨 것인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배선을 바꿔놓았고, 그로 인해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인지혁명의 힘, 언어(言語)

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언어’라는 사회적 도구이자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언어는 무엇보다도 정보를 공유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나) 녹색원숭이도 동료들에게 “조심해! 사자야!”라고 외칠 수 있지만, 인간 여성은 그걸 넘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오늘 아침 강이 굽어지는 곳 부근에서 한 무리의 들소를 쫓는 사자 한 마리를 보았어.” 이렇게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그녀의 무리는 강에 접근해서 사자를 쫓아버리고 들소를 사냥할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다) 또 하나, 인간의 언어가 발달하게 된 것은 소문을 옮기고 수다를 떨기 위해서였다. 말하자면 평판과 뒷담화를 위해 언어적 발달이 촉진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언어는 허구를 말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강하고 다양해졌다. 전설, 신화, 신, 종교 등은 인지혁명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국가와 제국의 탄생,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의 활동, 이 모든 것들은 바로 허구의 신화를 통해 파생되었다.

 

● 인지혁명의 힘, 신화(神話)

가) 우리는 ‘원시인’들이 유령과 정령을 믿음으로써, 그리고 보름달이 뜰 때 마다 불 주위에 모여 함께 춤을 춤으로써 사회적 결속과 질서를 강화했다는 것을 쉽게 이해한다. 무언가에 의존하려는 마음은 신화를 만들어냈고, 신화는 믿음을 통해 서로 순응하며 함께 결속하는 단초가 되었다. 신화에서처럼 현재 모습의 상당 부분이 허구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다른 사회적 동물들의 변화가 주로 유전자로 결정되는 반면, 사피엔스는 유전자 변이가 필요 없이 '신화'의 변이로 정신적 문화적 진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원시인류의 행동패턴이 수십 년 간 고정되어 있었던 것에 반해, 사피엔스는 불과 10~20년 만에 사회구조, 인간관계의 속성, 경제활동 등을 바꿀 수 있었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은 모두가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그 신화는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다) 국가는 공통의 국가적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고, 교회는 공통의 종교적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대 국가, 중세 교회, 고대 도시, 원시부족 모두가 그렇다. 인지혁명의 결과 사피엔스는 기술과 조직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