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8) 근정전 사령신⇒(왼쪽 위) 주작신 석상, (왼쪽 아래) 현무신 석상
(오른쪽 위) 청룡신 석상, (오른쪽 아래) 백호신 석상
●근정전 월대(月臺) 위의 석상(石像)들
하늘 신(天神)의 영민한 힘과 땅 신(地神)의 단호한 힘을 빌려, 근정전의 전 방향에서 몰려드는 어둡고 사악한 무리들을 격퇴하기 위해 근정전 월대와 계단 등에 신묘한 사령신과 십이지신, 서수, 사자 등의 석상(石像)을 곳곳에 배치하여 임금의 생명과 권위를 상징하는 근정전을 주술적으로 수비하려고 하였다.
①하늘을 움직이는 사령신상(四靈神像)
사령신은 상월대 동서남북 층계 엄지기둥 위에 세워져 있는데, 북쪽에 현무신(玄武神), 남쪽에 주작신(朱雀神), 동쪽에 청룡신(靑龍神), 서쪽에 백호신(白虎神)이 석상으로 세워져 있다.
사령신은 영명하고 신성한 하늘의 28개 별과 소통하여 근정전의 기운을 우주의 질서에 편입시켜 하늘의 힘으로 안전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현무신은 북쪽의 찬기운(어둠∙죽음∙살상)을 순화시켜 막아주고, 주작신은 남쪽의 순풍(밝음ㆍ무병장수ㆍ입신)을 빠짐없이 받아들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 찬 기운은 차단하고 따뜻한 기운은 가득하여, 근정전은 항상 밝고 따뜻한 기운으로 넘쳐난다고 믿었다.
②땅을 움직이는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
우리 선조들이 관념적으로 흠모했던 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은 원래 중국에서 전래하여, 능묘(陵墓)를 지키는 석상으로 활용되다가 차츰 사찰이나 저택의 건축물에 사귀의 접근을 차단하는 주술적 영신(靈神)으로 배치하는 일종의 신앙의 대상이 되었고, 현재는 띠 동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지는 시간신(時間神)과 방위신(方位神)의 역할을 감당하여 그 시간과 그 방향에서 오는 사악한 기운을 막아내는 수호신으로 일컬어진다. 즉 임금의 영역인 근정전에 매 시간 전(全) 방향에서 오는 사악한 기운을 차단하고 벽사구복을 실현한다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12지는 십이지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12개의 방향, 24시간의 시간, 12개월의 시기를 관장한다.
③정의의 심판관, 서수(瑞獸-해치상)
서수로 불리는 해태는 전설 속에 나오는 “정의를 사수하고 불의를 물리친다”는 상상의 동물로, 원래는 해치(獬豸)라고 해야 옳은 말이다. 사자와 비슷한 형상에 머리에 뿔이 나 있는 해치는 목에 방울을 달고 있고, 몸 전체는 비늘로 덮여 있으며,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이 나 있다.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한다는 속성 때문에 후세에는 해치의 모습이 재판관의 옷에 그려졌고, 조선시대에는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이 입는 관복의 흉배에 해치를 새겼다. 오늘날에도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 앞에 해치상이 세워져 있다.
서수(瑞獸)라는 이름으로 근정전 월대의 모서리 4곳에 서 있는 해치상은, “정의로운 행동에는 아낌없이 영예를 내리되, 불의에는 단호히 맞서는 자세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임금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부도덕한 재앙의 유입을 차단한다는 신수(神獸)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④수호 석상의 총사령관, 칠조룡(七爪龍)
(사진-30) 근정전 천장의 칠조룡⇒정전인 근정전의 지붕과 월대, 계단의 엄지기둥에는
수많은 영적 수호 석상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이들을 총괄 지휘하는 것이 칠조룡이다.
근정전 전각 주변에는 벽사사상의 의미를 지닌 수많은 석상들이 배치되어 옥좌에 앉아 있는 임금을 향해 시립하고 있다. 이들 벽사 석상들의 정가운데인 근정전 천장에 황룡이 도도하게 자리잡고 있다. 만물과 모든 짐승을 다스리며 변화를 이끈다는 한 쌍의 이 황룡은 근정전 지붕과 월대에 배치되어 있는 122개의 수호 석상들을 총 지휘하며 임금을 위해(危害) 하려는 불순한 기운들을 단호히 물리치고 있다.
용(龍)은 인간의 힘을 초월하는 무한대의 능력, 상상을 넘어서는 신비감, 그리고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을 지닌 하늘의 영물로 사람들의 추앙을 받아왔다. 그래서 임금의 권위와 지위는 항상 용과 비견된다. 용은 왕을 상징하여 왕의 눈물은 용루(龍淚), 옷은 용포(龍袍), 얼굴은 용안(龍顔) 등으로 호칭한다.
칠조룡은 황룡 중에서 가장 품격이 높은 용으로 청룡이 천 년을 더 살아야 황룡이 된다고 전해진다. 일곱 개의 발톱은 하늘의 북두칠성을 상징하며 우주 만물을 다스리는 임금의 권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황제를 상징하는 황룡은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이고, 조선임금을 상징하는 문양은 봉황 한 쌍이 원칙이었다. 조선초기의 근정전 천장에는 봉황이 그려져 있었으나 고종황제가 조선을 대한제국으로 선포하여 중국의 제후국에서 벗어난 후, 경복궁 근정전 천장(칠조룡)과 경운궁 중화전(오조룡), 경희궁 숭정전(칠조룡)의 봉황도를 황룡도로 바꾸었다. 창덕궁 인정전과 창경궁 명정전에는 그대로 봉황도가 그려져 있고, 한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도 역시 봉황도(鳳凰圖)를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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