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

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제25회)

추동 2019. 10. 17. 14:31


(사진-31) 아미산 굴뚝우주를 나타내는 형상의 굴뚝에는

동물과 식물의 문양을 담아 장수와 부귀를 표현했다.





●왕실 영혼의 상징, 장식 문양 


유교국가인 조선은 현세(現世)의 관념인 유교사상과 내세(來世)의 관념인 불교사상을 혼합한 특이한 정신세계를 형성하여 이를 믿고 신봉하였다. 따라서 선조들은 영적 세상이 현세와 내세를 지배한다는 샤머니즘을 믿어 영적 수호와 방비에 전념하였고, 집과 무덤 등에 길상문양과 벽사문양을 새겨 넣어 가족의 안락을 추구하였다.


 


임금과 왕실가족들이 머무는 궁궐에도 담장과 출입문, 굴뚝과 행각, 전각의 벽면과 천장 등 요소요소에 길상과 벽사의 기하학적 문양들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건물을 안락하고 신선한 공간으로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하늘과 땅의 상서로운 기운들을 끌어들여 그곳에 살고 있는 왕실가족들의 무병장수와 부귀공명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원했다.


 


이러한 궁궐의 장식 문양들은 인간의 한정된 삶을 뛰어넘어, 무릉도원과 같은 환상의 신선(神仙) 세계를 이루어 영원한 삶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꿈이 표현된 것이다.


 


() 왕비의 고귀함을 표현한 아미산 굴뚝 문양


아미산(峨眉山)의 굴뚝은 왕비의 생활공간인 교태전 온돌방의 연기가 지하 연도를 따라 빠져나가는 굴뚝이다. 아미산 화계(花階) 위에는 화강암 받침대 위에 30켜의 황토색 전돌(점토를 성형하여 높은 온도로 구워낸 벽돌)로 쌓은 4개의 굴뚝이 자리잡고 있다. 굴뚝의 몸체는 육각형으로 되어 있는데, 육합(六合)은 사방(四方)과 천지(天地) 등 온 우주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굴뚝 하나에 우주가 모두 모여있다는 뜻이다.


굴뚝 몸체의 6면은 십장생, 사군자, 장수와 부귀를 상징하는 무늬, 화마와 악귀를 막는 상서로운 형상 등을 전돌로 구워 4단으로 박았다. 굴뚝 육 면의 맨 위는 직사각형의 당초문(넝쿨)을 띄어 민초인 백성을 으뜸으로 나타내면서 오랜 생명력을 표현했고, 두 번째 부분은 나티(귀신 얼굴)ㆍ봉황ㆍ박쥐ㆍ학을 띄어 벽사와 장생을 나타냈으며, 세 번째 부분은 모란ㆍ국화ㆍ대나무ㆍ창살ㆍ매화ㆍ소나무∙석류를 띄어 부귀공명, 절개와 지조, 인내와 고고함을 나타냈고, 맨 아래는 해치∙불가사리∙박쥐를 띄어 화마와 악귀를 막는 벽사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