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제17회)
(사진-19) 최근 복원이 완료된 궁궐 내 품계가 가장 높은 후궁의 집, 경복궁 흥복전
● 후궁(後宮)들의 전용공간
후궁들의 생활 공간인 흥복전터에는 흥복전(興福殿)을 비롯하여 태지당, 홍안당, 회강당, 광원당, 다경각, 함화당, 집경당 등 여러 채의 후궁 살림 전각이 모여 있었으나, 지금은 함화당(咸和堂)과 집경당(緝敬堂) 등 2곳이 남아 있을 뿐이다. 최근에 이르러 흥복전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품계가 가장 높은 후궁의 전각인 흥복전은 중궁전인 교태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격(格)을 한단계 낮추어 지었으며, 선임 후궁이 중전을 도와 궁궐 내 내명부인 후궁과 궁녀등에게 적절한 소임을 주고 살림 전각을 배당하는 본부 역할을 했으며, 고종이 재위하던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외국 사신을 만나는 편전으로도 활용되었다.
신정왕후 조대비가 이곳에서 승하한 것으로 보아 한때 대비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1917년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을 중건하기 위해 교태전 등과 함께 흥복전 일곽이 철거되어 멸실되었다. 그 후 조선총독부는 그 자리에 큰 연못이 있는 일본식 정원을 조성하였다.
오직 한 사람의 남성인 임금을 향해 수많은 여인들(후궁과 궁녀들)의 목숨 건 투기(妬忌)와 간교(奸巧)가 난무했고, 모든 연적(戀敵)들의 아우성소리가 하늘을 찔렀던 이곳은 유달리 찬 기운이 흐르고 안개가 짙었던 곳이다.
어느 후궁 전각에 임금이 납시는 밤이면 다른 모든 전각은 등잔불 마저 일찍 꺼버린 채, 숨 죽인 질투의 한숨소리만 끝없이 허공에 뿜어대는 한 많은 여인들의 영역이었다. 사랑 끝에 남는 것은 오직 증오뿐이라는 “애증(愛憎)의 진실”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한탄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