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

궁궐의 아침, 광화문이 열리다(제13회)

추동 2019. 8. 8. 17:19


(사진-14) 왕비의 한숨과 눈물이 겹겹이 쌓여 있는 73칸의 넓은 공간, 중궁전 교태전




(2) 왕비(王妃)의 전용공간


 왕비가 거처하는 중궁전에는 교태전(부속전각-원길헌함홍각 건순각)과 서소침-함원전, 동소침-인지당(현재는 빈터), 정원-아미산이 있다.


 

() 중궁전(中宮殿)-교태전(交泰殿)


세종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교태전은 경복궁에서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왕비의 정침으로 남성출입이 금지된 구중궁궐이다. 세종 왕비 소헌왕후 심씨(昭憲王后 沈氏)가 첫 주인인 73칸의 대형 전각 교태전은 궁궐의 안주인인 왕비가 거처하는 규방이어서 경복궁 건물 중 가장 정교하고, 아기자기하며, 밝은 색조로 치장된 화려한 건물이다.



교태전의 교태(交泰)는 음()과 양()이 서로 교류한다는 뜻으로, 음양 곧 임금과 왕비가 서로 교합하며 조화를 이루어 나라의 근원인 왕세자를 생산하라는 염원을 담은 말이다.


 


임금과 왕비는 여느 부부와 달리 오로지 명석하고 건강한 왕자를 잉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맺어진 부부이고, 부부간의 합궁 역시 사랑의 교합이 아닌 공식적인 국가행사의 하나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부의 금슬(琴瑟)과 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따라서 넓디 넓은 교태전은 남편을 향한 기다림과 원망을 감춘 채 한숨과 눈물로 긴긴밤을 지새우는 한 여인의 슬픈 공간이기도 했다.


 


() 중전(中殿)의 동산-아미산(峨眉山)


아미산은 눈으로는 실감할 수 없고, 상상의 마음으로 보아야 느낄 수 있는 왕비의 작은 동산이다. 구중궁궐의 안주인이 되어 평생을 이곳에 갇혀 살다가 죽어서야 겨우 궁궐 밖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가련한 여인, 왕비의 막힌 가슴을 틔워주기 위해 비록 제한된 작은 공간이지만 광활한 산하(山河)로 여기고 마음만이라도 신선이 되어 여유롭게 지내라는 뜻에서 만든 인공산(人工山)이다.


 


아미산은 작고 상징적인 것이긴 하지만, 달을 품고 있는 연못 함월지(涵月池)가 있고, 노을을 드리운 깊은 호수 낙하담(落霞潭)이 있으며, 신선이 사는 곳을 의미하는 괴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천 년의 늘 푸른 소나무를 비롯하여 향기 높은 앵두옥매모란진달래해당화 등이 꽃을 피우고, 그 위쪽에는 측백나무산수유회화나무말채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외롭고 한많은 왕비를 달래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