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의 역사기행

(제12화) 신분을 초월한 사랑

추동 2021. 1. 20. 16:48

 

세종 때 경북 청송에 살고 있는 가이라는 여인의 이야기.

신분의 차이가 어찌 사랑을 막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흐르는 물과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해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산인 것을~~~.

 

가이(加伊)는 양반 신분의 여인이고 부금(夫金)은 가이 집에서 일하는 사노(私奴)다.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가이는 부금에게 모든 걸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신분의 벽을 뚫고 결혼한 두 사람의 사랑은 그러나 얼마 가지 못한다.

'우리 사랑만 진실하면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하는 순진한 가이의 생각은 이내 무색해지고 만다. 그리고 곧 관아에 고발된다.

 

"우리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사랑하는 것도 죄 란 말입니까?”

 

가이는 청송 관아에 끌려가자 울면서 항변했다.

 

"닥쳐라! 양녀(良女)가 천민(賤民)과 혼인을 하는 것은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었더냐!”

 

국법은 양녀와 천민의 결혼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가 사람을 죽였습니까? 도둑질을 했습니까? 남에게 전혀 해를 입히지 않았는데 어찌 죄라고 하십니까?"

 

관아에 끌려간 가이는 무슨 죄가 있냐며 항변하지만 먹혀 들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부금은 참수형이 내려지고, 가이도 교수형이 내려진다.

가이는 부금이 참수를 당하면 자신이 부금의 시체를

안장한 연후에 자신을 죽여 달라고 경상도 관찰사에게 청한다.

관찰사는 가이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가이가 부금의 시체를 안장하도록 이를 허락한다.

교수형이 집행되는 형장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형을 집행하는 날을 장날로 잡은 탓이었다.

 

가이는 남편 부금이 참수를 당하자, 관찰사에게 간곡히 소청한다.

 

“부디 소인의 형을 집행한 뒤에 남편인 부금과 한 무덤에 묻어 주소서,

소인은 오로지 그것이 소원이옵니다.”

 

두 사람은 죽어서 한 곳에 묻힌다.

죽음도 두 사람의 사랑을 떼어놓지 못한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이 어찌 제도로 막을 수 있겠는가!

사랑은 흐르는 물과 같기도 하고 바람 같기도 해서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산인 것을.